'세기의 미남' 알랭 들롱 별세
1960년 영화 ‘태양은 가득히’에서 아름다운 얼굴과 반항기 넘치는 눈매로 전 세계 영화인들을 사로잡은 알랭 들롱. 영화 캡처
프랑스 영화 황금기를 이끈 배우 알랭 들롱이 18일(현지시간) 중북부 도시 두쉬에 있는 자택에서 숨졌다. 89세. 영화 ‘태양은 가득히’(1960)에서 영화사상 ‘가장 아름다운 남자’를 연기한 알랭 들롱은 노년기에 건강 악화로 오랜 투병 생활을 이어 왔다.
그의 세 자녀 알랭 파비앙, 아누슈카, 앙토니는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는 아버지의 죽음을 발표하게 돼 매우 슬퍼하고 있다”면서 “아버지는 이날 오전 2시 자택에서 세 자녀와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그의 가족은 2022년 뇌졸중으로 투병하는 들롱이 안락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프라이버시 보호를 이유로 안락사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들롱의 어린 시절은 불우했다. 1935년 파리 외곽에서 태어난 그는 4세 때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위탁 가정에 맡겨졌다. 17세 때 프랑스 해군에 입대해 인도차이나전쟁에 참전했지만 지프차를 훔친 혐의로 군법회의에 회부되기도 했다.
1956년 프랑스로 돌아와 파리 레알에서 웨이터 일을 하다가 영화제를 구경하러 칸으로 갔다. 그곳에서 미국 할리우드 에이전트 헨리 윌슨의 눈에 띄어 스크린에 데뷔할 채비를 갖췄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에이전시와 계약을 마친 뒤 파리로 돌아와 ‘여자가 끼어들 때’(1957)의 배역을 맡아 대중 앞에 등장했다.
이후 프랑스 영화계에서 주연급 배우로 빠르게 성장했고 르네 클레망 감독의 ‘태양은 가득히’로 세계 영화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그가 연기한 톰 리플리는 신분 상승과 물적 욕망을 이루기 위해 거짓말, 사기, 심지어 살인까지 서슴지 않는 비정한 인물로 심리학 용어인 ‘리플리 증후군’을 명명하는 데 영감을 줬다.
들롱은 2019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명예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함께 있는 이는 들롱의 막내딸 아누슈카 들롱.아누슈카 인스타그램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창시자 중 한 명인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은 들롱을 보자마자 “바로 저 사람이다”라고 외쳤다고 한다. 비스콘티 감독의 ‘로코와 그의 형제들’(1960) 역시 들롱의 대표작이다. 또 다른 이탈리아의 거장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감독의 1962년작 ‘일식’에서 들롱은 현대인의 소외를 그린 섬세한 연기로 비평계의 주목을 받았다.
아름다운 외모와 반항기 가득한 눈매로 세계 영화인들을 사로잡은 들롱은 복잡한 사생활과 문제적 발언으로 수많은 논란을 만들기도 했다.
2019년 칸영화제 집행위원회가 그에게 명예황금종려상을 수여하겠다고 하자 일부 영화계 인사들은 그의 데이트 폭력, 호모포비아(동성애 혐오) 발언 전력을 들어 거세게 항의했다.
당시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알랭 들롱은 불쾌감을 주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생각한다. 거짓말로 주의를 끄는 이 시대에 칸은 언제나 예술가 개인의 편에 서겠다”며 수상자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영화 속에서 배우는 일종의 매혹적인 정지 상태에 있으며, 젊음과 아름다움은 영원히 고정되어 있다”면서 “1955년 24세 나이로 요절한 제임스 딘과 달리 들롱은 계속 살았지만, 모든 이들의 열광에도 자신이 너무나도 인간적이라는 것을 계속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최영권 기자 ⓒ서울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