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 로커가 되다…세계 최초 AI로 작극·작곡한 뮤지컬
뮤지컬 ‘보이스 오브 햄릿: 더 콘서트’에서 햄릿 역을 맡은 옥주현. 이모셔널씨어터 제공
셰익스피어 비극의 주인공 ‘햄릿’이 록 콘서트의 주인공이 된다면?
다소 엉뚱한 상상 같지만, 실제 이뤄졌다. 지난 16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초연을 시작한 뮤지컬 ‘보이스 오브 햄릿: 더 콘서트’(6월28일까지)에서 로커로 변신한 햄릿을 만날 수 있다.
주인공은 햄릿(옥주현·신성록·민우혁·김려원) 단 한명. 제목에 ‘콘서트’가 들어가는 이유가 있다. 정말로 콘서트처럼 진행한다. 가죽 바지를 입고 진한 스모키 화장을 한 햄릿이 5인조 밴드에 맞춰 샤우팅 창법으로 존재와 삶의 고뇌를 절규한다. 관객들도 마치 실제 록 공연장에 있는 것처럼 일어나 손뼉 치며 환호한다.
이 공연은 21곡에 이르는 넘버를 배우 혼자서 부르며 진행하는 1인극이다. 배우에게는 엄청난 부담이지만, 연기와 노래 솜씨로 이미 정평이 난 배우들의 호연이 이어지고 있다. 노래만으로 인간의 실존적 고민이 담긴 작품을 풀기는 어려울 터. 콘서트의 멘트 타임처럼 넘버 사이사이 대사를 통해 서사를 이끌어나간다.
화려한 캐스팅과 더불어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 ‘데스노트’ 등의 무대 디자인을 한 오필영 아티스틱 디렉터가 세운 이모셔널씨어터의 첫 작품으로 화제가 됐지만,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AI·에이아이) 기술을 뮤지컬 제작에 도입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자체 개발한 ‘에이아이 기반 작품 개발 모델’을 통해 작극과 작곡을 진행한 것이다.
그동안 쌓아온 데이터를 통해 뮤지컬 창작 학습을 진행한 에이아이 모델은 ‘1인극’ ‘콘서트’라는 작품의 콘셉트로 대략의 영어 시나리오를 먼저 만들었다. 이를 한국어로 번안하고 에이아이 모델과 수많은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 각색 작업을 거쳐 최종 대본이 나왔다.
작곡에서도 에이아이 모델은, 햄릿이 지닌 분노와 우울, 절망 등 복합적인 내면 감정을 음악적으로 표현하고, 주요 대사를 멜로디 사이에 자연스럽게 녹이는 등의 작업을 했다고 한다. 이를 김성수 음악감독이 최종적으로 검수·편곡해 넘버를 완성했다.
이모셔널씨어터 관계자는 “‘보이스 오브 햄릿’을 시작으로 에이아이 기술을 활용해 독창적 매력을 가진 작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형이었던 전 덴마크 국왕을 죽이고 형수(거트루드)와 결혼한 삼촌 클로디우스에 대한 햄릿의 복수와 이 과정에서 겪는 갈등은 원작의 줄거리와 같다. ‘보이스 오브 햄릿’은 초반 묵직한 하드록 사운드 넘버를 통해 햄릿의 분노와 갈등을 표현한다. “죽는다는 건 잠에 드는 것 그래 그저 그뿐이지”, “왜 삶을 택하고 굳이 모든 고통 견뎌내기를 선택하는가”라는 햄릿의 울부짖음에 관객은 숨을 죽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새로 각색한 뮤지컬답게 작품은 중간에 관객들에게 쉴 틈을 준다. 광인으로 위장하기로 한 햄릿이 객석으로 내려와 관객과 소통하며 깨알 웃음을 선사한다. 조용하던 관객들도 이때 다 같이 일어나 함께 웃으며 공연을 즐긴다.
이후 비극과 비극의 연속으로 이어지는 묵직한 전개로 원작의 문제의식을 충실하게 재현한다. 다만 노래 위주의 작품이기 때문에 원작을 모르는 관객이라면 사전에 줄거리 정도는 파악하고 관람하는 게 좋다.
이정국 기자 © 한겨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