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실 공원에 건물짓는 첫 한국인 건축가

조민석 건축가의 디자인으로 올해 6~10월 영국 런던 켄싱턴 가든에 설치될 파빌리온(임시 건축물)의 조감도. 서펀타인 갤러리
기존 건물(왼쪽)에 갤러리·도서관 등으로 구성된 별 모양 임시 건축물을 연결한 형태다. /ⓒ매스스터디스, 서펀타인 갤러리 제공
건축계 노벨상 ‘프리츠커’ 예고편 평가
서펀타인 파빌리온 설계 맡은 조민석
건축가 조민석(57·매스스터디스 대표)이 영국 서펀타인 갤러리에서 매년 조성하는 파빌리온(임시 건축물)의 올해 설계자로 23일 선정됐다. 지난 2000년 시작된 서펀타인 파빌리온은 세계 정상급 건축가·예술가들이 이 미술관의 여름 임시 별관을 지어 건축의 최신 흐름을 선보여온 무대로, 한국 건축가가 설계자로 지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대표는 2014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 커미셔너를 맡아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서울 서초동 부티크모나코 빌딩을 설계했고, 김중업의 초기 대표작인 주한 프랑스 대사관 리모델링 작업을 지난해 마쳤다. 서울 합정동의 옛 당인리 화력발전소를 복합 문화 공간으로 바꾸는 작업을 현재 진행 중이다.
건축가 조민석
올해 6월 7일부터 10월 27일까지 설치될 파빌리온의 주제는 ‘군도의 공허(Archipelagic Void)’다. 갤러리, 강당, 도서관, 티하우스(다실), 플레이타워(놀이 공간)까지 기능이 각각 다른 다섯 개의 공간을 별 모양으로 배치했다. 지붕으로 덮인 다섯 공간과 그 사이사이 개방된 다섯 공간에서 방문객들은 조금씩 다른 풍경과 만나게 된다. 별의 중심부는 한옥의 마당처럼 비워서 공연이나 각종 문화 행사를 위한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조 대표는 “이미 20여 명의 작가들이 작품을 선보여온 장소에서 차별화를 시도하기 위해 건축의 중심을 비우는 반전을 시도했다”면서 “중심부를 중시하는 전통적 접근에서 벗어나 다양한 가능성과 서사를 탐구하고자 했다”고 했다. 서펀타인 갤러리의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디렉터와 프랑스 철학자 에두아르 글리상의 공저 ‘군도적 대화(The Archipelago Conversations)’의 다음 대목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동안 건축의 목적은 보여주고 공간을 점유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군도와 같은 오늘의 시대에 건축은 기념비를 세우기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내야 한다.”
서펀타인 갤러리 측은 “개별적 구조가 각각의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하나의 연속체로 통일되는 구조가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행사 기간 파빌리온에서는 음악과 춤, 문학 등을 결합한 ‘파크 나이트’ 파티를 비롯해 갤러리에서 주최하는 여러 행사도 진행된다.
서펀타인 갤러리는 런던 도심 하이드 파크에 인접한 켄싱턴 가든에 있다. 하이드 파크, 그리니치 공원 등과 함께 왕실 공원(royal parks) 8곳 중 하나다. 서펀타인 파빌리온은 영국에 작품이 없는 세계적 건축가들을 영국에 소개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그러나 스타 건축가들의 각축장이 되면서 전 세계 애호가들이 주목하는 런던의 명물이 됐다. 1회 자하 하디드를 시작으로 이토 도요오(2002), 오스카르 니에메예르(2003), 렘 콜하스(2006), 프랭크 게리(2008), 세지마 가즈요, 니시자와 류에(2009), 장 누벨(2010), 페터 춤토어(2011), 헤르조그&드뫼롱(2012) 등 ‘건축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들이 거쳐가 ‘프리츠커상 예고편’으로 불리기도 한다. 비야케 잉겔스를 비롯한 신진 건축가나 예술가 올라푸르 엘리아손 등도 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채민기 기자







